새로운 작업실. 한 달 반 여 만에 이사를 마무리했다. 4톤 분량의 쇳덩이들을 20평 공간에 구겨 넣는 일. 지금에 와서야 말할 수 있지만 이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작년 말쯤, 8년 동안 쓰던 본인 작업실을 인수하라는 성명이의 뜬금없는 제안을 들었을 때만 해도 내 판단력에는 문제가 없었다.
“거긴 비좁고 천정이 낮아서 내 작업은 안돼”
확답을 보류한 상태였지만 며칠 동안 머릿속에서는 자동으로 평면도가 그려졌다. 가까운 거리와 값싼 월세의 메리트, 그러나 땅땅이와 프레스가 들어올 수 없다면? 반쪽작업실. 그렇다면 아예 사무실 겸 셋트장으로? 난롯가에 쭈그려 앉아 프라모델이나 조립하는 주제지만 그동안 나한테 늘어 논 성명이의 잔소리는 대체로 맞는 말이었으니까...
“그래. 그럼 그러자“
여러 해 동안 비닐하우스와 호로에 덮여 야적돼있던 연장들을 들춰 내기 시작했다. 이게 다 뭔가... 유물 아니, 화석. 인터스텔라, 내 시간대별 과거가 뒤엉켜있는 엄청난 질량의 토사물. 한동안 잊고 있었던 어깨통증이 다시 도지는 느낌이다. 생각난다. 3년 전, 더 이상 작업실이 필요 없다고 생각한 건 순전히 물리량에 대한 회피의식 때문이었다. 당시 손쉬운 해결책이 하나 있었다. 꼴 보기 싫은 이것들을 야적해 호로로 덮어버렸더니 그 효과는 감쪽같았다. 이 초록색 호로 덕분에 몇 년 동안 내 심간은 날아갈 듯 가벼웠다.
이번에 호로를 열지 말았어야했다. 매몰 상태의 이것들은 장차 삼년정도만 지나면 퇴적물로 주저앉아 Fe2O3으로 산화될 예정이었다. 사무용 책상과 카메라 삼발이, 모루와 망치 몇 자루 들여놓고 화이트칼라처럼 행세해 보려던 계획은 전면 수정되었고 발굴 및 복원작업부터 손대기로 마음먹었다. 수차례 트럭으로 실고 온 녹슨 연장들을 바닥에 늘어놓았다. 고철폐기만 목리에서 15톤, 헤이리에서 8톤, 퇴촌에서 5톤. 내 이 꼴을 또다시 겪고 있다니. 15년간 완성작품 꼴랑 80여점 약100kg대비 재료연장 1톤 트럭 5대 분량. 누가 보더라도 생산설비 과잉에 답 없는 채산성이다.
중량. 그리고 틈새와의 전쟁으로 무려 45일이 흘렀다. 음악을 틀고 빗자루로 바닥을 쓸었으니 오늘 부로 이사는 끝이다. 그동안 외면했던 애물들을 한곳에 모아놓고 나서 이렇게 마음이 편해질 줄이야. 성명이가 나한테 선물해준 강상작업실. 볕이 잘 들고 천정이 낮아 겨울에 따뜻한 여기는 목리보다 아늑하고, 헤이리보다 조용하며, 퇴촌보다 정돈된 공간이다. 옆집에 비둘기 같은 화가 석우도 살고 있다. 공간이동을 마쳤으니 이제 내 삶이 들어올 차례다.
새로운 작업실. 한 달 반 여 만에 이사를 마무리했다. 4톤 분량의 쇳덩이들을 20평 공간에 구겨 넣는 일. 지금에 와서야 말할 수 있지만 이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작년 말쯤, 8년 동안 쓰던 본인 작업실을 인수하라는 성명이의 뜬금없는 제안을 들었을 때만 해도 내 판단력에는 문제가 없었다.
“거긴 비좁고 천정이 낮아서 내 작업은 안돼”
확답을 보류한 상태였지만 며칠 동안 머릿속에서는 자동으로 평면도가 그려졌다. 가까운 거리와 값싼 월세의 메리트, 그러나 땅땅이와 프레스가 들어올 수 없다면? 반쪽작업실. 그렇다면 아예 사무실 겸 셋트장으로? 난롯가에 쭈그려 앉아 프라모델이나 조립하는 주제지만 그동안 나한테 늘어 논 성명이의 잔소리는 대체로 맞는 말이었으니까...
“그래. 그럼 그러자“
여러 해 동안 비닐하우스와 호로에 덮여 야적돼있던 연장들을 들쳐 내기 시작했다. 이게 다 뭔가... 유물 아니, 화석. 인터스텔라, 내 시간대별 과거가 뒤엉켜있는 엄청난 질량의 토사물. 한동안 잊고 있었던 어깨통증이 다시 도지는 느낌이다. 생각난다. 4년 전, 더 이상 작업실이 필요 없다고 생각한 것은 순전히 감당하기 버거운 물리량에 대한 회피의식 때문이었다. 당시 손쉬운 해결책이 하나 있었다. 꼴 보기 싫은 이것들을 야적해 호로로 덮어버렸더니 효과는 감쪽같았다. 이 초록색 호로 덕분에 몇 년 동안 내 심간은 날아갈 듯 가벼웠다.
이번에 섣부르게 호로를 열지 말았어야했다. 매몰 상태의 이것들은 장차 삼년정도만 지나면 퇴적물로 주저앉아 Fe2O3으로 산화될 예정이다. 사무용 책상과 카메라 삼발이, 모루와 망치 몇 자루 들여놓고 화이트칼라처럼 행세해 보려던 계획은 전면 수정되었고 발굴 및 복원작업에 손대기로 마음먹었다. 수차례 트럭으로 실고 온 녹슨 연장들을 바닥에 늘어놓았다. 고철폐기만 목리에서 15톤, 헤이리에서 8톤, 퇴촌에서 5톤. 내 이 꼴을 또다시 겪고 있다니. 15년간 완성작품 꼴랑 80여점 약100kg대비 재료연장 1톤 트럭 5대 분량. 말도 안 되는 과잉 생산설비에 답 없는 채산성이다.
중량 그리고 틈새와의 전쟁으로 무려 한 달 반이 흘렀다. 음악을 틀고 빗자루로 바닥을 쓸었으니 오늘 부로 이사는 끝이다. 그동안 외면했던 애물들을 한곳에 모아놓고 나서 이렇게 마음이 편해질 줄이야. 성명이가 나한테 선물해준 강상작업실. 볕이 잘 들고 천정이 낮아 겨울에 따뜻한 여기는 목리보다 아늑하고, 헤이리보다 조용하며, 퇴촌보다 정돈된 곳이다. 옆집에 비둘기 같은 화가 석우도 살고 있다. 공간이동을 마쳤으니 이제 내 삶이 들어올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