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stom. no 8766
솟대 칼
솟대와 바꾼 칼_185*25*10mm, 2005
칼과 바꾼 솟대, 이윤엽, 2005
목판화가 이윤엽. 그는 간혹 나에게 자신이 사용할 목공연장을 주문한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난 제대로 된 칼을 만들 기술도 없으며, 솔직하게 얘기 하자면 도검제작에는 애시 당초 관심도 없다. 이 칼은 철판에 낙서를 하던 중 제법 선이 맘에들어 만들게 된 물건인데, 마실 올라온 그가 솟대를 깎으면 좋겠다며 자기의 작품과 맞바꾸자 그러길래 최근 그의 작품 중, 가장 잘 빠진 솟대하나를 골라 잡고 대충 날을 세워 건네줬다. 얼마 후, 시내로 솟대시연을 다녀온 그는 이 칼에 대해 모양만 그럴 듯할 뿐, 불편해서 솟대를 깎을 수 없었다며, "니가 만든 게 그럼 그렇지"라며 특유의 그 옛날 할머니풍의 욕설을 덧붙였다. 그 후로 이 칼은 목리사람들이 그의 작업실에 둘러앉아 옆집 이재엽씨가 수확한 배를 깎아먹을 때 사용되곤 했는데 그는 날의 생김과 자루의 각도가 과도로 쓰기에 아주 적합하게 디자인되어 있다며 그제야 내가 만든 이 칼을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