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국화
10년을 넘게 조각계 주변을 전전해 왔지만 나는 그를 한번도 만나 본 적이 없다. 다만 주변사람들의 대화 중에 섞여 나오는 그의 소식을 간간히 접해봤을 뿐이다.
작가도 그렇지만 작품 역시 실제로 본건 두 어번 정도에 불과하다. 그 중 인상적인 작품은 10여년 전 학부시절, 광주 비엔날레 단체관람 중 봤던 [미스터 리Ⅱ]이다. 역동적으로 왜곡된 동세에서 강력하게 뿜어져 나오는 조각적인 힘이 당시 나에게는 엄청난 충격으로 느껴졌다.
그렇게 당시 구본주는 한국 조각계에 새로운 획을 긋고있는 젊고 훌륭한 조각가였으며 그런 그의 작품을 구경하는 난 그저 그를 부러워 하는 조각가 지망생 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 주변에는 그를 서로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꽤 많다.
"그 많은 군중들 속에서도 본주 형 목소리만 들렸지." "본주 형이 언제 한번 우리학교에 찾아 온다고 했어요." "본주 형 작업실에 산소토치가 있는데 그거 죽여주지." "본주 형. 힘이 장사야. 이런 두꺼운 철판을 휘고 두들겨서..."
본주 형... 이 사람도 본주 형, 저 사람도 본주 형...
작년에 신문에서 '조각가 구본주 교통사고로 타계' 라는 기사를 읽었을 때, 충격과 함께 이상하게도 마음 한편으로 마치 지금껏알고 지내던 형이 죽었다고 하는 것 같은 묘하고 허탈한 기분이 한 동안 남아 있었다.
조각가 구본주. 조각적 재능을 타고 난 운좋은 사람 구본주, 내가 아는 범위에서 누구 보다도 쇠를 잘 다룬 사람...
철로 만든 이 꽃을 고인이 된 본주 형께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