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1
엄마 손 잡고 시장 가던 길에 부러진 철제난간을 보수하던 용접공을 보았다.
길가에서 모닥불을 쬐고 있는 것처럼 쭈그려 앉아있던 그 아저씨는 사실은 분수처럼 시원하게 쏟아지는 불꽃을 만들고 있었다.
엄마는 내 눈을 가려주면서 말했다. “저 불 쳐다보면 눈 멀어. 공부를 열심히 해야 시원한 에어컨 바람 나오는 사무실에서 일할 수 있는 거야.” 오늘처럼 더운 날, 두꺼운 용접복을 걸쳐 입을 때마다 38년 전 엄마의 그 말이 떠오른다.
회상2
tv화면에 710동이 넘어가고 있다. 기자가 말하는 인근 중학교 분진이 문제가 아니다. 저 처참한 현장은 우리 동네다.
새로 나온 부활 2집 앨범을 밤새워 공테이프에 더빙하던 고등학생. 내 기억은 아직까지 저곳에 살고 있는데.
그땐 몰랐다. 공테이프 만들던 그 회사가 새 아파트를 짓게 될 줄은. 용접하는 아저씨가 돼버린 내가 여기에 꽃을 심게 될 줄은.
그래. 그 옛날 하늘 파랄 때, 그땐 땅이 초록이었고 냇물이 진한 노랑이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