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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2010 공예트랜드페어 주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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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공예트랜드페어 주제전‘Next Craftsmanship - 계승에서 응용으로의 전환’2010.12.15~ 2010.12.19 COEX A홀 아트디랙터- 김형석, 김상도, 참여작가- 김경환, 김계옥, 이근세, 이광호



<Statement> 오늘은 열흘 전에 하청 받은 토끼철제구조물 설치를 마치고 돌아왔다. 내년이 다시 토끼띠라나.... 뻣뻣한 나를 중심으로 시간이 열두 바퀴를 도는 동안 무엇을 했는가. 연간 공장매출을 따져보면 참담할 노릇이다. 그래도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이렇게 심각한 글로벌 불황에 내가 근근히 가진 재주로 돈을 벌어들일 수 있다는 이 사실은 그나마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이게 다 그동안 내가 공장 일하면서 갈고 닦은 ‘기술‘ 덕분이다. 다음 주 부터는 공예 트랜드페어를 준비해야 한다. 거기 나가면 사람들이 나를 또 현대판 대장장이라고 불러주겠지. 사실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불편함이 느껴진다. 뭐랄까 대장장이는 잊혀 진 과거의 전통이며, 금속공예는 현대적인 예술창작의 범주라는 이분법적 갈림길에 서있는 듯한 어정쩡한 그 느낌 말이다. 공예. 트랜드. 페어. 넥스트. 크라프트먼쉽. 이라.... 이거 생각이 조금 더 복잡해진다. 한때 미술을 해보겠다고 까불어 본 적은 있지만 공예가가 되어 보겠다고 결심한 적은 없었다. 사실 그때, 내가 화성에 공장을 세운 이유는 소질 없는 미술을 고집하면서 앓게된 언어장애를 극복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난 그저 사람들한테 말을 걸고 싶어서 쇠를 두들겨온 거다. 그러기 위해서 기술이 필요 했다. 하지만 나는 무협지에 나오는 것처럼 대장기법의 비기를 신비로운 스승에게 사사받는 극적인 과정 따위는 지레 포기해 버렸다. 왜냐면 좀 가르쳐달라고 아쉬운 소리를 해봤자 그 꼬장꼬장한 노인네들이 이 쉽사리 허락해 주지 않을게 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나는 그들의 기술을 잠시 빌려 쓸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해온 전통의 개념은 ‘오래된’이 아닌 언제나 진행형으로서 지속적인 창작행위 전반의 '연속성'이다. 혹, 전통을 예전 기술의 재현내지 맹목적인 고수쯤으로 생각하는 시각이 있다면 전통의 발목을 잡아 비트는 오류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텔레비전에 의상 갖춰 입고 나와서 럭셔리한 나랏도장을 만드는데 오로지 자기만 알고 있는 양, 음양오행의 원리로 반죽한 ’오합토‘로 주조한다고 그럴싸한 썰을 풀면서 뒷구녕으로는 일제실리콘으로 찍어내다가 들켜서 개망신당한 수염 기른 그 노인네. 내 언젠가 그 노인네 그렇게 될 줄 알았다. 가공된 영웅의 추락은 필연적이지만 동시에 언제 봐도 씁쓸하다. 이런 노인네의 어이없는 구라 그 자체는 말 할 것도 없지만 이런 구라가 쉽게 먹혀 들어가는 사회, 문화전반의 분위기는 더 심각한 문제다. 내가 볼 때 이건 일종의 집단적인 최면이나 문화단절의 경험에서 비롯된 컴플렉스에서 기인한 현상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데, 새로 만들 국새 제작에 관련한 최근의 논란 중, 내구성에 관련해 소재를 금 합금 대신 티타늄으로 간다/ 만다 를 놓고 이것이 전통의 계승이냐 현대적 재해석이냐 라는 그 한심한 논쟁들이 또 다시 이어지는 걸 보면 코미디 같은 해프닝의 연속일 뿐이다. 차라리 그 도장을 사용할 '이 나라 대통령의 완력이 한 30마력쯤(세상에나)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해 준다면 지금 이 나라 권력구도를 떠올려 볼 때, 고개가 끄떡여지긴 하겠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전시의 디렉터 김형석 님이 말하는 <계승에서 응용으로>라는 적절한 구호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리고 특히, 이번 주제전에 참여하는 김경환 선생의 ‘철 착색기법의 오픈소스화’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 이 냥반 실력도 실력이지만 난 항상 그 특유의 자신감과 공예인으로서의 순수성을 존경해왔다. 나는 한국 공예가 가진 진짜 에너지원은 포장된 기술력과 관념으로서의 장인정신이 아니라 물건을 사용할 사람을 생각하면서 느린 속도로 천천히 축적돼온 옛 장인들의 세심하고 소박한 마음에 그 본질이 있다고 생각해왔다.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일을 처리 할 수 있는 지금 세상이다. 그 정 반대편에 어느 누구도 자신의 직업으로 고려하지 않는 직업 중에 대장장이가 있다. 안타깝지만 현대 산업구조로 볼 때 그냥 놔두면 사라질 수 밖에 없는 대표적인 3D중 하나다. 그동안 어찌어찌 철일을 하면서 굴러오다보니 그러한 요구에 대해 일정부분의 책임이 따라 붙게 된 건 전적으로 내 탓이라 인정한다 손 치더라도 결국 내가 '현대판대장장'이란 그 영광스럽고 비전있는 과거업종의 계승을 정중히 거부하는 이유는 관념화된 장인 정신과 향수를 주문하는 클라이언트들의 접근을 미연에 차단하기 위함이다. 이상한 분위기에 휩싸인 나 스스로가 아까말한 그 멍청한 노인네처럼 안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란 말이다. 아무래도 이번 전시장에는 차갑고 시커먼 쇠붙이들 보다는 그동안 모아둔 부산물들이나 좀 늘어놔야겠다. 이런 나를 변종내지 별종으로 취급해 준다면 차라리 고맙겠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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