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작업을 하는 이진경 작가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난로에 용이 있어요"
“네?”
"난로에 용이 있다니. 용이 불을 뿜는 것처럼 화력이 좋다는 말인가요?"
"작아서 효율도 썩 좋지 않아요"
“좀 작은 놈이 들어있나? 그럼 한 대를 더 설치하세요. 거긴 면적이 넓고 천정이 높아서 웬만한 크기로는 부족하죠.”
"그보다 난로에 용이 있어요"
“아니, 무슨 용 말입니까?”
전화로는 당췌 알아듣지 못할 말 이었다.
시간을 내 내촌면 작업실로 달려갔다. 난로를 만들어 줄 용의가 있어서라기보다 그 용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가서 보니 용이 있긴 있었다.
난로 전면에 요란하게 장식된 용두모양의 마크가 못내 거슬렸던 것이다.
'이놈 때문 이었구나... 이 양반 취향에 용납될 문제가 아니었네.‘
내가 만든 난로의 특징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전반적으로 둥글둥글한 이진경 선생의 외모와 닮았으며,
장점은 늘 상 작업실에 굴러다니는 페인트깡통 뚜껑을 화구문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정도다.
난로 몸체가 너무 크고 무거운 점은 단점이지만,
그럼에도 이진경 작가가 만족해 한 이유는 아마도
내가 만든 난로엔 '용'이 없기 때문일 거다.
이진경 선생을 위한 용 없는 난로, 850*730mm,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