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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자립생존봉



세월호 침몰에 희생된 생명들에게 이 무력한 도구를 바치며, 전국민의 슬픔과 분노로 함께 애도 합니다.


 2014년 4월 27일, 화성공장 공장장 이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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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은 단순한 쇠파이프가 아니다.

 

불행하게도 재난상황에 처했을 때, 우리의 생존권을 보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와 같은 도구를 스스로 소지하고 적절하게 활용하는 자립적 행동뿐이다.

다행히 도구의 제작방법은 간단하다. 지푸라기와 같은 나약한 재료를 제외한다면 이것의 크기와 형태 등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만일 우리가 어떠한 공간에 고립된 채 코마상태에 놓였다고 가정했을 때, 이것의 도구로서의 기능은 생각보다 막대하다.

하다못해 문을 때려 부순다거나, 지렛대로 활용하여 장애물을 제거하는 등,

도구를 활용한 개인의 즉각적 대처는 정확하기로 소문난 중앙재해대책본부의 체계적 대응보다 속도 면에서 훨씬 빠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는 서둘러 이러한 도구를 각자 스스로 마련해 소지해야할 필요가 있다.

백화점에서 쇼핑을 할 때, 만원버스를 타고 다리를 건널 때, 지하철에 탑승할 때 등 등,

우리는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거의 모든 일상에서 재난에 대한 경각심을 각별하게 유지해야 한다.

동시간대에 많은 인파가 모여드는 광화문 같은 장소에 나갈 일이 있을 때에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와 같은 도구를 사전에 마련해야만 한다.

특히 나들이객이 많은 청와대 주변길이나 국회 같은 다중 밀집시설에서 개인둔기 소지 의무화가 입법되어야 함은 두말 할 필요조차 없다.

예컨대 지반붕괴 가능성은 누구도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으며,

우리는 학습을 통해 이미 발생한 결과에 대한 책임은 어느 누구도 져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립생존봉 marsfactory utilitytools fe-140416_ 35*820mm,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