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주제들, 참 재밌네! |
[경기일보 2009-3-5] |
7년 전 화성의 ‘동탄’은 지금과 같지 않았다. 고층 아파트가 아닌 어디나 흔히 볼 수 있는 논밭이 어깨를 마주하고 있었다. 동탄 신도시에 이어 제2신도시가 들어서는 곳 중 하나가 ‘목리’다. 목리에는 젊은 미술작가들이 모여 그들만의 작업세계를 펼치고 있다. 그렇게 모인 ‘목리창작촌’ 작가들은 신도시 개발을 앞두고 또 다른 거처를 찾아나서고 있다. 이근세씨는 목리 작업장에서 전통 대장장이처럼 철을 주무른다. 작업장 입구에는 ‘화성 공장’이란 이름도 당당히 쓰여져 있다. 불을 다루는 그에게 마르스(mars)의 이름을 딴 작업장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가 속한 지역명이 ‘화성’이고 불을 달궈 쇠를 녹이는 대장장이로서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려는 작가의 꿈이 ‘화성’이란 단어로 함께 쓰이기 때문이다. 그 대장장이가 ‘화성공장 7년의 탐사일지’를 주제로 전시를 연다. 곧 작업장이 옮겨질 것을 감안하면 일종의 회고전 일 수도 있다. 오는 12일까지 서울 쇳대박물관에서 열리는 전시장에는 작업장 일부와 작업일지가 옮겨져 있다. 그의 작품들은 그 누군가를 위해 만들어졌다. 가위나 망치, 칼 등의 일상적인 철물도구는 그가 자주 접하는 인물들이나 애정을 지닌 대상을 위해 새롭게 창작한 작품이다. 일종의 맞춤도구로써 숙련된 대장장이가 농부의 특징을 파악해 그만의 체형에 맞는 농기구를 만들어 주는 것과 같다. 작품 중에는 실용성과는 좀 거리가 먼 것도 등장한다. 거짓말을 너무나 쉽게 일삼는 사람들을 위해 거짓말이 새겨진 인두를 만들거나 인간이 먹는 식품을 갖고 장난치는 사람들을 경고하는 뿅망치가 그렇다. 특히 길가에 방치된 고양이의 시신을 처리하기 위한 도구는 동물보호와 교통문제의 심각성을 담는 등 사회성 짙은 작품도 있다. 뜨거운 열에 엿가락처럼 녹아내린 쇳물을 틀에 부어 모양을 만들고 연신 두들겨 대며 차가운 철에 온기를 불어 넣는 이근세. 그의 목리 작업장은 개발논리에 밀려 사라질 위기에 놓였지만 그 어딘가에서 제2의 목리를 꿈꾸며 연신 쇠를 내려칠 것이다. 문의 (02)766-6494 /이형복기자 bok@kgib.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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