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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미술

목리감나무와 수면양

동탄목리감나무_ 이윤엽, 임승천, 천성명, 이윤기, 오정현과 협업, 스테인리스스틸, 580*385*445mm/ 4140*3350*3500mm, 2014



동탄신도시에 관한 에피그램


멀지 않은 옛날, 이곳에 열 다섯 명의 예술가들이 살았다.

한 명은 개를 키우며 나무를 깎았고 

한 명은 흙으로 인형을 빚었으며 

한 명은 쇠를 불에 달궈 구부리고 두들겼다.

한 명은 스티로폼을 깎아 커다란 배를 만들었고

한 명은 기타를 치고 고양이를 키웠으며

한 명은 붓으로 사람의 얼굴을 그렸고

한 명은 소설과 저녘밥을 지었다.

한 명은 불에 녹인 유리에 숨을 불어 꽃을 만들었고 

한 명은 조그만 망치를 만들어 목에 걸고 다녔으며 

한 명은 무슨 일이든 잘 했기에 항상 인기가 있었다.

그들은 같은듯 달라 때때로 다투기도 했으나 서로 의지하며 웃는 날이 더 많았다.

산자락 밑에는 아름드리 감나무가 여섯그루 서 있었고 그 사이로 푸른하늘이 둥글게 열려 있었다.

가을이 되면 모두가 감나무에 올라 배불리 따먹고도 많이 남아 대부분의 열매는 산새들이 먹었다.

그들은 안락한 잠자리를 만들어 각자의 꿈을 꾸었다. 그렇게 행복한 10년을 여기에 살았다.

신도시공사가 시작되던 2010년 겨울, 그들은 모두 흩어져 이곳을 떠났다.

오늘, 신도시가 세워진 여기에 몇 몇이 다시 모여 쇠와 물감으로 만든 감나무를 심었다.


2014년 10월 24일 목리창작촌 이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