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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몽유액자

marsfactory custom 5030 최향숙

몽유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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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향숙을 위한 몽유액자_ 250*200*35mm, 2008




 어느 날 차를 타고 예식장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옆자리에 앉은 성명이가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향숙이로 부터 온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나에게 보여 줬다. 나 역시도 읽고 나서 뜬금없어 기가 막혔던 그것은 도무지 단어들이 문장으로 연결되지 않는, 재현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독특한 내용이었다. 지금 생각나는 부분만을 다듬어서 옮겨보면,


-근세 오빠가/ 철로 만들어/ 성명이 오빠 사진 작업 끼워서/ 비싸게 팔면... 대박/


결국 성명이는 무슨 내용인지를 물어보기 위해 바로 향숙이에게 전화를 했는데 횡설수설하는 말투로 자신은 지금 낮잠을 자는 중이며 문자를 보낸 사실조차도 모른다고 했다. 다시 한번 황당한 느낌... 그러니까 잠을 자면서 잠꼬대를 하듯이 휴대폰에 문자메시지를 입력했다는 얘기다!  


며칠 후 나는 향숙이를 만나 그날의 꿈 얘기를 들려 달라고 하면서 꿈속에서의 그 액자를 재현해 보자고 했다.


-그 꿈에서 철제 액자를 봤는데/ 느낌이 20년대 상하이 풍인데/ 옛날 도시락통처럼 곂쳐지는 구조인데/ 정확하게 생각나지는 않지만...


어쨌든 꿈속에서 본 그 느낌이 지금까지도 흥분될 만큼 좋았다는 것이다. 얼마 후 향숙이는 복사된 이면지를 이어 붙여 만든 흐물흐물한 종이액자를 가지고 왔다. 구겨질까봐 만지기조차 조심 스런 그 액자는 반면에 상당히 정성스럽고 꼼꼼하게 만들어졌는데 종이를 자르고 테이프로 이어붙이는 데만 족히 반나절이 넘게 걸렸을 거다. 나는 그것의 종이 본 그대로 22개 분량의 스테인레스판을 한꺼번에 구입했고 재단했다. 향숙이가 자신의 무의식 세계를 더듬어 디자인한 이 액자가 대박까진 몰라도 느낌 좋은 물건이 될 거란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세미질로 표면 마감을 하던 그날 밤, 이번엔 내 꿈에 그 액자가 나왔다. 다른게 아닌 내가 용접해서 만든 바로 그 스테인레스 액자였다. 꿈속에서의 나는 향숙이가 만들어온 그 종이를 떼어서 그 위에 딱풀로 일일히 붙이는 일을 하고 있었고 그렇게 완성된 그 액자를 보면서 스스로 굉장히 흐뭇해 하는게 아닌가!!  새벽녘에 좋은 기분으로 잠이 깬 나는 당장 그 꿈을 그대로 실천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두 편의 꿈을 통해 완성된 이 액자는 결국 20년대 상하이 풍도 아니고 따뜻한 도시락 느낌과도 다르므로 잘 팔리기는 힘들 것 같다. 난 그냥 이 액자를 향숙이와 하나씩 나눠 갖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