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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특공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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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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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품에 안았을 때 동그랗게 말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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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졌을 때 사뿐히 내려앉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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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들처럼 시끄럽지도 않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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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서 잘 씻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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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를 목리작업실에서 키우기 시작한 건 3년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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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는 아기 때부터 무척 시크한 눈빛을 갖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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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나리가 사노 요코의 백만 년을 산 그 고양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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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한때 나리는 철공장을 하고 있는 내 고양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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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어떤 이유로 끔찍하게 죽게 될 것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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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슬피 울어도 절대로 울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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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지도 않게 새로운 주인을 만나게 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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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그 불사의 존재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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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 나리는 한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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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수고양이들에게 온몸 여기저기를 뜯기고
 도망쳐 들어오기가 일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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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몸집이 커지고 나서부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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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나쁜 그 숫고양이들이 작업실 주변에서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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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무렵, 한번은 우연히 나리가 다른 고양이와 대결하는 걸 직접 본 적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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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나리가 특공무술을 방불케 하는 순간적이며 연속적인 동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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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보다 훨씬 커다란 도둑고양이를 제압하는 멋진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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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지금껏 목리 아랫말부터 윗말까지를 통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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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에 고개를 빳빳이 들고 다니는 수고양이는 나리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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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연 나리는 눈빛만 매력적인 고양이가 아니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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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강인한 불사의 고양이임이 증명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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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어느 날부터 갑자기 나리가 작업실에 들어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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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언젠가는 나리가 자기의 길을 찾아 떠날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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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의 가출에 대해서는 조금도 서운해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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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운전을 하면서 가끔씩 로드킬을 보게 될 때면  언젠가 내가 갓길에 차를 세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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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팔트에 납작하게 죽어 있는 나리를 붙잡고 울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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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철렁해지는 건 지금도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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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리를 떠나온 내가 나리를 마지막으로 본 건 지난겨울, 눈이 하얗게 덮인 산길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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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는 여전히 남들보다 선명한 줄무늬 옷을 그대로 입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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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모습은 한 마리 호랑이와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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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차에 있던 맥도날드 감자튀김을 나리에게 건네주다가 잠깐 노파심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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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걸을 때
차를 조심하라고 말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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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나리는 죽는 것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한 눈빛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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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리언덕길을 어슬렁거리고 있을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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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달려오는 자동차의 전조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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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위에 떠오르는 달빛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세 살짜리 고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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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 년 중에 겨우 삼 년을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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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는
 아직도 어린 고양이일 뿐이다.





특공나리_ 190*120*135mm,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