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리에 서다 / 2005. 3. 29 - 4. 4 / 수원미술전시관
화성시 동탄면 목리에는 젊은 미술인들의 작업터전인 목리창작촌이 있다.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하고 판화를 찍는 젊은 전업작가들의 작업공간이다. 2000년 한옥 한 채가 전부였던 이곳에 작가들 스스로 작업장을 만들며 들어선 곳이라 여기 작가들은 ‘서부개척’을 한다는 각오로 목리창작촌의 문을 두드렸다. 조각가 천성명은 수원대 대학원 재학시절 학교 작업장에서 작업하던 중 장소를 옮겨 현재까지 목리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윤엽(목판화)을 비롯해 임승천, 조윤석, 오정현, 이근세(이상 조각), 이윤기(회화), 장세레나(금속공예) 등이 합류했다. 이곳은 1990년대 중반 수원대 미술대학 이재복 교수(48)가 개인작업장을 위해 매입한 대지와 전(田) 등 1천여 평을 기반으로 조성했다. 입주작가는 주로 조각 전공자가 중심을 이루며 목판화와 회화, 금속공예 작가들이 함께 작업하고 있다. 현재 이윤엽은 상주하며 작업활동을 하고 천성명, 오정현, 이윤기, 이근세, 임승천 등 5명은 출퇴근한다. 또 장세레나와 조윤석은 자주 찾지는 못하지만 적을 두고있는 상태. 작가들에게 작업공간은 작가적 상상이 넘치는 창작의 산실이며, 그들의 꿈이 꿈틀거리는 희망의 장소다. 이들 30대의 젊은 작가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작품에만 매진하는 ‘전업작가’로서 생활을 위한 작업도 하지만 목리창작촌은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기 위한 작가들의 땀과 고민이 스며있는 곳. 주변은 수도권이 그렇듯 각종 공장과 골프장이 시대적 풍경을 이루고 고속도로 건너편의 동탄면 반송리 일대는 동탄신도시 개발이 한창이다. 경부고속도로를 경계로 개발의 손길을 비껴간 목리는 아직까지 농촌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이들이 꿈꾸는 작품은 단지 감성적인 취향에 머무르지 않는다. 농촌의 풍요로움은 그곳을 일구는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더욱 살찐다. 처음 이곳에 자리를 잡을 때만해도 외지 사람들에게 적대적이던 지역주민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 녹녹치 않았을 터. 그러나 작가들은 농기구를 고쳐준다거나 힘겨운 짐을 함께 나누며, 훈훈한 정(情)도 나눴다. 작가들이 외딴 창작촌에서 작품에만 전념하는 것을 탓할 순 없지만 지역이란 공동체 일원으로 하나 되는 과정은 아름답다. 이들이 창작촌을 잠시 비워둔다. 29일부터 내달 4일까지 수원미술전시관 2·3전시장에서 입주작가전을 열기 때문. 작가마다 개인전이나 단체전에 참가했지만 이번처럼 함께 작품을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참여작가는 입주자가들과 지난해부터 목리창작촌을 찾은 최춘일 그리고 이재복 교수 등 10명이다. 김종길 미술평론가는 “목리창작촌은 지역에서 예술인들이 자생적인 역량을 키우고 더불어 지역사회와 어우러진 현장”이라며 “지난해 마을벽화 그리기 사업은 예술가들의 사회적 역할이 무엇인지 보여준 모범적 사례”라고 평했다.또 “대개 창작촌이 회화나 조각 등 장르끼리의 예술가들이 모인데 반해 목리창작촌은 조각과 회화, 판화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이 모여 서로가 지닌 예술적 소양을 함께 공유하며 예술세계를 심화시키는 공간”이라고 말했다./이형복기자 bok@kgib.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