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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뜨거운 달팽이

customer 6510 손영선 님
뜨거운 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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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선 님이 만진 뜨거운 달팽이, 80x28x47mm, 2006


오늘은 행복이 오기로 약속한 날. 

오전의 작업실은 조금 낯설다. 그들이 오기 전, 나는 서둘러 피워 논 불이 아까워 쇠를 두들기다가 습관적으로 

동그랗게 굴려 말고 있었다. 프로다운 그들은 누구나 해매는 이곳까지 전화한통 없이 단번에 찾아왔다. 아침커

피를 마시며 나눈 대화는 밋밋했지만 잠시 후, 그들은 사진촬영을 위해 철가루 가득한 화성공장 앞마당에 기꺼

이 누워주었다. 

손영선 씨.... 어쩐지 낮익은 그녀는 얼마 전 김치찌개를 함께 먹었던 사람이었다. 그녀는 컨테이너에 진열된 내 

작품 몇 가지를 꺼내어 작업대 위로 옮겼다. 거기에는 몇 개의 도구들과 아까 전 동그랗게 두들기다 올려 논 쇠가 

함께 놓여 있었는데 연출과정 중 분주했던 그녀는 아직까지 식지 않은 그것을 그만 맨손으로 만지고 말았다. 크게 

데이지 않아 괜찮다는 그녀의 말에 일단 안도했지만 촬영이 계속되는 도중 문득, 물집이 생겼을지 모를 그녀의 

검지손가락이 염려 되었고 미리 주의사항을 이르지 않았던 점과 목장갑을 챙겨주지 못했던 것에 미안해했다. 목리

식당에서의 점심식사 후, 그들은 떠났고 다시 자리로 돌아온 나는 그녀의 지문이 찍혀있는 그것을 달팽이로 다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