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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공방 전성시대 - 손영선

[공방 전성시대] 작가 이근세 씨
"황량한 화성 같은 땅에 나만의 아지트를 세웠습니다"



 
이근세 씨는 경기도 화성의 ‘화성 공장Mars Factory’이라는 철 공방에서 달군 쇠를 두드려 작품을 만드는 작가이자 대장장이다. 공방 이름이 품은 중의적인 의미가 재미있는데, 이는 단순히 언어유희만은 아니다. 처음 공방 자리를 보러 1차선 비포장도로를 달려 겨우 이곳을 찾아왔을 때, 콘크리트 파편이 사방으로 깔려 있고 텅 빈 컨테이너 서너 채가 말라버린 감나무 옆에서 ‘외계인의 유적’처럼 애처롭게 뒹굴고 있는, 마치 화성처럼 황량한 풍경이 펼쳐졌던 것이다. 그러나 풍경이 무어 대수일까. 쨍쨍 쇠를 두드리는 망치 소리 때문에 공방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란 사실을 알기에 화성보다 더한 외계 혹성이라도 감사할 따름이다. 날아가는 비닐 다시 덧씌우기를 수 번,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비닐하우스와 컨테이너를 연결해서 손수 이 공방을 완성했다. 여기에도 몇 안 되는 이웃이 있지만 농사짓는 그이들은 논두렁에 빠진 경운기를 함께 힘써 올려주고, 부러진 호미나 낫을 그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고쳐주기만 하면 얼굴 찌푸릴 일은 전혀 없다.
 



 
곧 한여름이 되면 화성공장은 완전히 불의 성火城이 될 것이다. 쇠를 녹이기 위해 석탄을 연료로 계속 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5월임에도 화성 공장 안은 엄청나게 뜨겁다. 그러니 7월, 8월이면 더워도 더워도 그렇게 더울 수가 없단다. 너무 더워 쓰러진 적도 있었다. 조각을 전공했으나 달군 쇠를 재빨리 두드려 모양을 만드는 작업이 좋아 이 길로 들어섰다는 이근세 씨. 마땅히 기술을 배울 데가 없어 몇 안 남은 대장장이 할아버지들을 찾아다니며 망치 소리로 청력이 떨어진 귀에 대고 큰 소리로 궁금한 것을 물어보며 배우기도 했다. 벌건 쇠가 그의 망치질을 따라 고무 찰흙처럼 모양이 잡히는 과정은 신기하기만 하다. 2006년의 한국 어디에서 이런 진풍경을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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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벌겋게 녹슨 철벽이 시간의 멋을 더하는 화성 공장은 이근세 씨가 직접 지은 곳이라 더욱 애착이 간다. 2 석탄을 연료로 불을 만들고 여기에 쇠를 달군다. 정말로 높은 온도의 불은 붉은 불꽃색이 보이지 않는데 그 같은 고온의 불에서는 태양처럼 자외선이 나와 얼굴에 점이 많이 생기기도 한다. 3 ‘mars factory’라고 쓰여 있는 비행 구조물은 이근세 씨의 작품으로 공방 입구에 상징처럼 놓여 있다. 그가 나는 기구에 심취해 있었을 때 만든 것. 4 벌겋게 달군 쇠는 고무 찰흙처럼 유연하다. 망치질 하면 모양이 잡히면서 철가루가 뚝뚝 떨어진다. 5,6 거북이 소품함과 물고기 모양 손잡이. 안에 압정을 가득 담고 있는 이 거북이는 용왕에게 토끼 대신 압정을 가지고 와 용왕을 파상풍에 걸리게 한 후 조용히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품고 있다고.
 
금속 공예를 배울 수 있는 곳
이근세 씨는 연작으로 만드는 문손잡이가 2백 점에 이르면 개인전을 열 예정이라고 한다. 그의 더 많은 작품 이야기는 화성 공장 홈페이지(www.marsfactory.org)에서 만날 수 있다. 그처럼 쇠를 다루는 사람들은 안타깝게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금속 공예 분야에서는 좀 더 작은 규모로 손쉽게 작업이 가능한 철이나 구리, 은, 금 작업을 많이 하고 있다. 특히 팔찌, 반지 등의 액세서리와 간단한 소품을 만들 수 있는 공예 공방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 홍대 앞 소노팩토리(02-337-3738), 아현동의 안스하우스(misul.cafe24.com) 등의 공방에서 초보자들도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다.
 
 
 
행복이 가득한 집 (2006년 6월호) ⓒ Design.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