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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복수도

#142. 들판 (오후)

경철 : 살려 줘... 제발... 죄 값 받을게. 받을 거야... 그러니...

제발... 이 정도 했으면 그만해라.

대훈 : 내가 말야 생각 좀 했다. 짐승을 잡는데 꼭 짐승이 되어야 하나 하고 말이다.

그런데 뭔가 좀 평등하지 않더라구.

너는 그 수없이 수많은 죄 없는 사람들의 목숨을 아무런 죄의식 없이 죽여 나가는 데 우리는 그런 놈 죽이는데 왜 이렇게 고민하고 힘들고 아프고 해야 하는지. 뭐가 좀 불평등하지 않아?

그러다 결론을 내렸어.

...기꺼이... 짐승이 되지요... 이렇게.
(중략)
무섭게 내달리던 들개들이 몸을 날리며 경철을 덮친다.

흉측한 이빨을 드러내며 경철의 몸 이곳저곳을 물어뜯는 들개들.

마치 흉포한 야수에 너무나 무기력한 먹잇감이 돼버린 경철은 들개들이 물고 늘어지는 데로 몸이 휘적휘적 거린다.

차 가 서고 대훈이 내린다.

배를 채웠는지 들개들이 더 이상 꿈쩍도 하지 않는 경철에게 흥미를 잃었는지 경철 주위를 어슬렁거린다.

트럭도 따라 선다. 요원1이 내린다.

대훈, 요원1이 다가온다.

대훈 : 마지막은 내가 해야지.

요원1. 들개들을 향해 위협적으로 총을 쏜다. 들개들 일시에 흩어지고.

대훈, 장글도를 들고 경철한테 걸어간다.

온몸이 뜯기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된 경철, 대훈이 걸어오자 천천히 눈을 떠 대훈을 바라본다.

대훈, 경철의 얼굴 쪽으로 가까이 간다.

대훈 : 무서웠나?

경철 : ...........

대훈 : 말해봐. 무서웠니?

경철, 대답 없이 하늘을 본다. 다시 시선을 내려 대훈을 본다.

대훈, 경철의 눈을 본다. 대훈의 눈에도 경철의 눈에도 붉은 눈물이 맺혀있다.

대훈의 목소리가 격한 감정에 미세하게 떨린다.

대훈 : 마지막으로 물어볼게. 이제 니가 한 짓이 어떤 건지 알겠니?

너 같은 놈들 앞에서 몸서리치며 살려달라고 울고불고 애원하며 죽기 전까지 끔직 한 두려움에 떨다간 죄 없는 사람들의 억울하고 원통한 심정을 이젠 알겠니? 경철 : ( 경철 표정이 실룩거리더니 ) 으으으흐흐 ...... 좃 같은 소리 하지마.

경철 얼굴은 고통스러워 실룩거리는데 억지로 웃음소리를 낸다.

감정적이었던 대훈의 얼굴이 일순간 극도로 싸늘해진다.

싸늘한 표정으로 경철을 내려다보며.

대훈 : 난 니가 .... 죽은 후에도 고통스러웠으면 좋겠어.

장글도를 높이 든다.

대훈의 장글도가 목으로 떨어지면.

툭- 힘없이 옆으로 떨어지는 경철의 머리.

경철의 머리는 지금의 이 상황이 잠시 이해가 안 가는 듯 보인다. 잠시 멀뚱거리며 눈을 깜빡거려 대는 경철,

자기 몸뚱이를 쳐다본다. 그때 돌멩이로 경철의 머리를 내리친다. 퍽!!

피범벅이 되어 서 있던 대훈,

그의 무표정한 얼굴이 서서히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드디어 무너져 버리는 대훈.

울음을 터트리며 주저앉아 버린다.

슬프고... 서럽고... 아프고... 미안하고... 격하게 흐느끼는 대훈.

그칠 줄 모르고 계속되는 대훈의 흐느낌...

점차 멀어지는 카메라.

우거진 숲의 전경이 드러나고...

쿠쿠쿠... 무겁게 내려 않은 하늘에서 눈이 펄펄 내리기 시작한다.

더욱 멀어지는 카메라는 드넓은 숲의 전경을 한눈에 잡아주고...

그렇게 세상은 하얗게 변해가고...(화이트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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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를 보았다_ 대훈의 복수도, 830*145*50mm,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