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실 주변에 들꽃이 너무 흔해서 일까.
“꽃은 예쁘다”라는 말이 당연하기 때문 일까.
생각해 보면 사실 그동안 내가 느껴온 꽃에 대한 정서는 참 단순하고 무덤덤 했다.
장규희씨를 처음 만난 건 작년 봄, 그녀에게 전시 팜플렛디자인을 의뢰하면서 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물과 함께 커다란 꽃다발을 안고 나타났는데,
그 날은 인사동가게 개업식 날 이었다.
뜻밖의 사람한테 꽃 선물을 받게 된 감동 때문이기도 했지만
마치 물감으로 염색한 종이꽃처럼 보이는 묘한 분위기의 그 꽃을 받아들고 서 있는데
그 기분은 뭐랄까 도저히 무덤덤할 수가 없었다.
유학을 다녀와 오랫만에 내 작업실을 다시 찾아온 그녀는
그 꽃의 이름이 리시안사스이며 화훼농장을 하시는 부모님께서 키우신 꽃 이라고 말해 주었다.
그녀가 다녀간 후,
테이블에 올려져있던 팜플렛을 다시 펼쳐 보다가 접어서 꽃을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그냥 문득 들었는데 아마그건
디자이너로서 괜찮은 그녀의 이미지가 꽃에 관한 여운과 합쳐져서인 것 같다.
그날, 아름다운 꽃다발을 선물해준 장규희 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 꽃을 접었다.
장규희 님을 위한 리시안사스_ 63*60*270mm,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