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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중부일보 - 방혜석

"쇠, 강한듯 부드러운 힘이 매력" 인터뷰 - 현대판 대장장이 이근세 조각가 “쇠는 굉장히 유연하고 부드러운 힘을 가진 매력적인 오브제이다” 쇠를 이용, 다양한 생활 소품 및 기발한 작품을 만드는 작가 이근세(36)씨는 이같이 아이러니 한 말로 ‘쇠’를 정의했다.  13일까지 그의 두 번째 개인전이 열릴 서울 성보갤러리 1층 전시장은 전시장이라고 해봤자 방 하나 정도 크기의 작은 공간이었다. 그러나 그는 인사동 한복판, 여러 가게들과 나란히 하고 있는 그 공간을 사람들이 쉽세 오고가니 만족스럽기만 하다.  마른 체격의 그가 무겁고 단단한 쇠를 이용, 작품을 일구어 낸다니 안쓰럽게 느껴졌던 게 사실인데 그는 “처음엔 일이 거칠고 힘이 들었어요. 지금은 노련해져서 힘으로만이 아닌 기술로 쇠를 다루죠”라면서 “쇠는 굉장히 유연하고 부드러운 힘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 말인 즉은 쇠를 불에 갖다 대면 차갑고 단단하던 그것이 뜨겁고 부드러워진다는 것. 그때 그는 쇠를 두들기고 말기도 하면서 자유자재로 그것을 지배한다.  이런 쇠의 성질과 그의 성격은 찰떡궁합이었기에 철물과 인연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말하는 그. 그는 “쇠는 불이 닿으면 즉각적으로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에 성격이 급한 편인 저와 잘 맞았죠”라고 말했다.  그는 수원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한 후 교수님 추천으로 많은 이들이 익히 알고 있는 ‘최가철물’에서 일하게 된다. “무슨 철물점에 취직을 하나 싶었어요. 하지만 인테리어 소품을 만들고 파는 그곳은 어둡고 복잡한 그런 철물점이 아니었죠”라며 “그곳에서 다양한 기법 등 많은 것을 배웠어요. 저에겐 소중한 경험이었죠”라고 회상했다.  지금은 그곳을 나와 화성시 동탄면 목리에‘화성공장’이라는 작업실을 만들고 ‘공장장’이 된지 5년이 흘렀다. 그는 “‘화성공장’은 공기도 좋고 조용한 ‘목리 창작촌’이라는 데 있어요. ‘목리 창작촌’은 그림, 조각 등 서로 다른 장르의 작가 4명과 함께 이름 지은 것이구요”라고 설명했다. 또“혼자만의 작업실을 갖고 있으면 늘어지기 십상인데 같이 있으니까 긴장감도 들고 의지도 되고 여러 모로 장점이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의 작품에 일상적이고 가벼운 내용을 주로 담는다고 설명했다. 작품 ‘자동차 긁개’를 가리키며 “화가 날 때 ‘자동차를 확 긁어버릴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잖아요. 하지만 실제로 저런 도구를 만드는 사람은 없어요. 즉 관념 속에서 존재하는 도구를 실제로 만들어 본 거에요” 그는 이런 비도덕적인 행동을 통해 오히려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또 그의 발상 속의 물건이 그에 의해 만들어졌을 때 긴장감을 느끼곤 한다.  너무도 가볍고 일상적인 것들을 진지하게 논 했을 때 관객들은 오히려 호기심을 갖게 된다며 관객 중심의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이근세 작가. 그는 앞으로의 계획은 관객들이 좋아하는 것을 만드는 것이란다. 인터뷰 내내 그의 전시 공간을 들락날락하는 관객들 중에는 작품을 구입하고 싶다는 사람도 여럿 볼 수 있었다. 그럼 그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다른걸 만들어 드릴게요. 똑같은 작품을 만드는 건 저에게 스트레스거든요. 원하는 것을 설명해 주시면 그 느낌을 글로 표현하고 스케치해 본 후 만들어 드릴께요”  방혜석기자/bhs@joongboo.com 게재일 : 2007.03.12